나는 로판 <계약 성녀>의 악녀, 칼리아 라비우스에 빙의했다. 이미 칼리아가 사교계에서 고립된 시점이지만, 사람 만날 필요가 없다니 오히려 좋아! 대대적인 사과 쇼까지 했겠다, 이제 돈 많은 백수의 삶을 즐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돌아갈 거냐고? 네가 다시 추악한 본색을 드러낼 때까지다.” 내 면전에 파혼장을 날렸던 원작의 서브남주 공작은 계속 찾아와 시비를 걸고.
“아가씨 곁에 서는 남자는 달라지겠지만, 뒤에는 언제나 제가 있을 겁니다.” 싸늘하기 짝이 없던 집사는 종신직을 선언하며.
“내 손이 사람을 죽이는 손이 아니기를, 이보다 더 바란 적이 없었어.” 계약직 연인인 제독은 함부로 이런 고백을 하는 데다.
“칼리, 팔다리가 없는 너라도 나는 많이 사랑하고 아껴줄 거야.” 해적들의 미치광이 군주는 나를 납치해서 자기 침실에 가두곤 헛소리를 지껄인다.
나는 그저 꿀 빠는 삶을 사수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쩐지 평온한 인생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나…. 이대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