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악녀에 빙의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여주의 라이벌이자 여주에게 약혼자를 빼앗기고 여주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악녀였다.
내 새로운 인생을 쉽게 조질 수는 없으므로 가능한 한 여주를 피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놈의 여주가 나를 가만히 두질 않네?!
“어제도 영애의 약혼자께서 제게 꽃을 보내오셨어요. 돌려보낼까 하는데 그건 또 예의가 아닌지라, 곤란하게 되었네요.”
그건 내 약혼자가 너한테 보낸 게 아니라 너희 공작가의 돌아가신 전 공작부인의 기일이라 하얀색 국화를 헌화한 거거든?
저 요망한 여주의 거짓말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기 어장에 두도록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원작 따위, 전부 다 찢어버리겠어!
물론 난 죽지 않고 사는 방향으로.
그런데…….
“이제 우리 결혼하자. 어릴 때 맹세했던 것처럼 평생 너만 사랑할 거야.”
원작에서 여주에게 갈아탔던 예비 약혼자도 그렇고,
“성기사 수여식에도 보지 못한 빛을 당신에게서 봤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당신이 나의 하나뿐인 운명임을.”
원작에서 저 허리춤에 매단 칼로 나를 사정없이 베어 죽인 남자도 그렇고,
“그대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은 믿지 않아. 만일 그랬다고 한들 그 누구도 그대를 처벌하게 두지 않겠다. 그러니 내게 와. 네게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제국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쥐여주지.”
원작에서 내가 죽든 말든 관심도 없던 원작 남주인 황태자까지.
이상하다? 원작 여주의 어장에 갇히게 될 남자들이 왜 자꾸 나한테 스며들지? 무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