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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당신들에게

에닉|
⠀ 마탑주 아힌, 메르디아 공작 라이넨, 황태자 하넬, 린드미넬 소후작 레페스, 체이언 소후작 베인, 그리고 체이언 후작 영애인 로렌시아까지.

⠀이 여섯 명은 모두 자라며 자연스레 맺어진 인연이었다. 모두들 서로에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절친한 친우였으나, 그곳에 나의 자리만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를 향했던 레페스의 경멸 때문이었고, 그 다음 이유로는 나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라이넨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에서 온실 속 화초로 자라난 로렌시아의 무능함이 있었다.

⠀레페스 아니, 오라버니. 최후의 최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마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

⠀만약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아무런 비밀 없이 만났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어쩌면 네가 더 이상 나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당신들의 곁에 나의 자리도 있었을까.

⠀나는 해가 저물어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이내 시린 눈을 감았다.

⠀···이만 사라져야겠다. 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
작품 회차(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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