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미의 여신 아스릴리엔에 빙의해 버렸다. 남편인 명계의 왕, 데스타니스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걸려 영원히 감옥에 갇히고 마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다. 내 꿈인 무사안일하고 평온한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데스타니스와 원작 여주, 치아넨 공주를 맺어주는 수밖에는 없다.
마침 원작으로부터 10년 전에 빙의했으니, 인간으로 변신해서 아직 어린 치아넨의 시녀로 들어간 뒤 조기교육으로 데스타니스 같은 남자가 취향이 되도록 만들어 줘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잠깐만요, 공주님. 제 얘기 들으신 거 맞아요?” “그럼. 데스타니스가 그렇게 잘생겼다고? 근데 아무리 잘생겨봤자 우리 피나만 하겠어?” “네? 저요? 아니, 저는 여잔데…….” “여자고 남자고가 무슨 상관이야. 세상 제일 잘생기고 예쁜 거 우리 피나가 혼자 다 하는데.”
원작 여주가 남주가 아니라 나한테 단단히 반한 눈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아넨의 오빠, 솔라시안 왕자까지 나한테 집착하는데……
“너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희생할 수 있어. 내게 주어질 왕위조차도.”
야, 뭐라는 거야. 원작에서 너랑 바람이 났다가 무슨 사달이 벌어졌는지 알아?
이런 판국이니 데스타니스조차 벌써부터 내 외도를 의심하며 인간계에 올라올 기세다.
“인간계에서 뭘 하든 상관없지만, 그대가 앞으로 내 반려가 될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