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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붉은은하|
하진의 이야기
망해가는 고구려의 멸망 따위, 아쉽지 않다. 하진은 아비와 오라비, 그리고 남은 백성의 지키기 위해 어린 동생 무진을 홀로 남겨두고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당나라 미친놈을 만났다.
그런데 이 당나라 미친놈이 자꾸만 사람처럼 보인다.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네가 고마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밉다.
너는 내 나라를 멸망시킨 원수이고, 나의 가족을 헤친 원수이건만 나를 구하고 내 오라비를 구하고 이제는 내 동생까지 구하는 너를 나는 벨 수 있을까?
내 검은 끝이 오직 복수이기를 바랐는데...
이제는 내 검의 끝이 너일까 봐 두렵다.
이 마음은 배신인가? 사랑인가?

무진의 이야기
고구려 멸망과 동시에 신라로 끌려 간 어린 무진은 그곳에서 원수의 반편이 딸, 수연을 만났다.

‘그래, 너를 이용해야겠다. 그자의 딸년인 너를 이용해, 네 아비의 눈에서 피눈물을 뿌리게 하겠다. 네 살을 찢고 네 뼈를 부수어 가장 행복한 순간 네 아비 면전에 뿌리고 네 아비의 목을 베리라.’

그리 다짐했던 무진은 몇 년 뒤, 안타깝게 수연을 불렀다.
“수연아, 연아, 그만 일어나라. 이제.”
수연의 눈썹을 다정하게 쓸며 무진이 말했다. 누워 있는 팔다리는 앙상했고, 얼굴은 희다 못해 투명한 빛을 내었다. 수연의 가늘게 이어지는 숨소리가 무진의 가슴을 불안으로 뛰게 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혼란 속에서 나는 너와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래서 그 약속의 끝에는 네가 있기를.
작품 회차(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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