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대체 왜? 대체 네가 왜…….”
그간의 모든 상황이 어지럽게 스쳐 지나갔다. 사랑은 아니어도, 적어도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분노에 찬 눈이 그를 향했다.
켈루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꽉 쥔 채 다가오고 있었다.
뚜벅뚜벅, 묵직한 발소리.
이내 내 앞에 선 켈루스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보였다.
나를 내려다보는 짙은 녹색 눈동자.
그리고 깃들어진 슬픔.
어째서일까.
“……미안.”
짧은 한마디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날 선 칼의 감각도 없이 뜨거운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왔다.
오늘 나는 약혼자의 손에 죽었다.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복수를 꿈꾸었는데.
그랬던 내가
“이제 그만 나와 혼인해요.”
“…….”
“그래서 대답은?”
회귀 전 나를 죽인 약혼자에게 청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