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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해피엔딩을 위하여

전설아|
어린 악당의 눈을 본 순간 전생이 떠올랐다.
이곳이 전생에 읽은 로맨스 판타지 속이라는 것도.
내가 소설 속 최종 흑막이라는 것도.

그러나 상관없다.
끝이 어떤지를 아는데 그 길을 고스란히 답습할 리가.

“울지마. 웃는 게 더 예쁘니까.”

부모를 잃고 힘들어하는 어린 악당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아버지를 만나고 싶니?”

어린 여주가 어머니를 잃고 고생하기 전에 아버지를 찾아 준다.

마지막으로 흑막이 되는 계기인 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모든 것은 나의, 흑막의 해피엔딩을 위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대에게 황제의 친우가 될 수 있는 영광을 주지.”
“언니는 절대 못 줘요.”

남주는 뜬금없이 친우가 되어준다고 하고, 여주는 남주를 견제한다.
내 해피엔딩을 위해서라지만, 여주와 남주의 해피엔딩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러면 우리, 결혼할까요?”

소설과 달리 곱게 자란 악당이 유혹해 온다.

내 손을 감싸 안는 커다란 손.
손등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 뜨거운 숨결.
매혹적으로 접히는 눈.

순진한 아이는 어디 가고 완연한 남자가 내 앞에 있었다.
사람을 홀리는 구미호 같은 남자가.

“절대 안 돼. 계약은 이미 파기 됐다. 너희는 아무 관계도 아니지.”

내게 무관심한 줄 알았던 아버지는 결혼을 반대하는데.
흑막과 악당을 강제로 약혼시킨 분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극렬한 반대였다.

흑막의 해피엔딩, 가능한 걸까?



미계약작 jeon-seol-a@naver.com
작품 회차(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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