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악마 덕분에 하루아침에 까맣고 작은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그 악마의 정체가 고명한 예거퍼드 가문의 주인이라는 것.
노아는 햇살 아래 늘어져 느릿하게 하품이나 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사람들은 모르는 예거퍼드 백작의 진짜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백작이 그녀를 몹시도 살뜰히 돌본다는 것일까.
열심히 털을 핥아준다든가, 영역표시를 하듯 몸에 이마를 비비적거린다든가….
* * *
노아는 이빨 자국이 선명한 자신의 뒷목을 문지르며 책을 펼쳤다.
[이 책만 있으면 당신도 어엿한 집사! 고양이의 심리를 알아보자, 101선]
'요즘 들어 자주 목을 문단 말이지....'
나태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 백작은 종종 허기가 진 얼굴로 그녀의 목덜미를 물 때가 있었다.
'날 먹이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고양이는 짝짓기를 할 때에 목덜미를 물기도 합니다. 주로 수컷 고양이가 암컷 고양이의 목덜미를-.]
노아는 황급히 책을 덮었다.
[고양이 여주] [털부스러기 여주] [여주의 발닦개를 자처할 주인공들] [말랑한 발바닥으로 세상을 구하기]
soowoo19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