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툭하면 죽는 딸을 살리기 위해 계속 회귀만 하다 죽는 용두사망 엔딩! 그리고 그걸 막지 못하면 세계 멸망! 가뜩이나 앞날이 캄캄한데, 내가 하필이면 그 ‘툭하면 죽는’ 엑스트라 딸로 빙의했다니.
‘…내가 죽는 건 이딴 소설을 쓴 업보라고 쳐. 그런데 우리 아빠는?’ 현실 부정 다음으로 찾아온 건, 나를 위해 계속 혼자 희생해 온 아빠를 향한 죄책감과 연민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운명을 바꿔야 해.’ 내가 죽으면 아빠는 또 시간을 되돌릴 테고, 그게 반복되면 아빠의 영혼이 부서질 테니까.
그렇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악착같이 살아남는 수밖에!
“아빠, 이제부터는 행복해지자. 우리 같이.” 그날부터, 생존을 위한 내 필사적인 발버둥이 시작되었다.
* * *
어쩌다 보니 차원급 절대자의 관심을 받아 이런저런 특혜를 얻고, 원래 나를 무시하고 싫어하던 다른 가족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도 착착 순행 중! ‘그런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아빠가 일하러 간 동안 잠시 맡겨진 신전 지하에서, 우연히 아직 각성하지 않은 흑막 새싹을 주웠습니다?
그날부터 흑막 새싹을 동생 삼아 즐거운 유대와 추억도 쌓고, 장차 살인귀로 자라지 않도록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철저한 조기교육을 진행했는데…….
“카이 어린이. 친구랑 싸우고 나면 먼저 뭐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죠?” “……이게 진짜 뒈지고 싶나. 못생긴 게.” “뭐라고? 대체 누가 그렇게 가르쳤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