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유언장’이라고 불리는 한 베스트셀러 소설. 그 소설 속 장면은 마치 내가 고등학생 때 눈으로 담았던 것과 똑같았다. 몸이 꽃잎이 되어 꼬리 쪽부터 부서지는 고래의 죽음이 담긴 그림과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순수하고 밝은 웃음소리는 나와 이 고래가 있는 이 교실을 더욱 적막하고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 그림 속 고래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슬픔과 절망이 어우러진 고래의 눈빛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이가 내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고래와 눈이 마주치고 있는데 마치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아이는 멍하니 내 그림을 보고 있다가 손을 뻗어 고래를 한 번 쓰다듬었다. 마치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 그림을 보고 있던 나의 모습을 잉크에 담아 책 속에 고이 묻어두었다.
이 사람, 아무래도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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