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레인의 영혼은 지금 펑펑 울고 있는 게 틀림 없었다. 가녀린 옆집 소녀, 중세 시대의 작은 소공녀와 말단 기사의 종자로 만난 둘은 지금 막 헤어지려 하고 있었다. 무려 1000년을 넘게 인형계와 인간계에서 서로를 찾아 헤메며 살아온 인형들이었다. 그런데도 이러고 있다. 어찌하여 유생물과 무생물은 다르단 말인가. 왜 우리들은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보다도 훨씬 더 어리기에 이렇게 헤어져야만 한단 말인지?
레인이 말했다.
“따라갈게요.”
복수의 여신들은 결코 쉬이 울지 않는다. 몰랑이씨는 레인님이 평생 우는 모습을 몇 번 봤는지 생각나지도 않았다. 그녀가 울었을 때는…글세, 갓 집으로 온 아기가 모종의 이유로 죽은 걸 보고는 눈물 한 방울 흘렸을 때뿐이었다.
그렇게 독한 여자였다. 몰랑이씨가 답했다. “네. 그동안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긴 이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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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는 자신의 볼을 통통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딸기님을 보고는 그냥 푹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졌다. 늘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읽는다. 그러나 오늘은 졌어도 다음에는 이길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몰랑이씨의 흑역사였다. 딸기님은 말했다.
“난 오늘 몰랑이씨의 지인인 땡땡이님에게 갔다왔어.” “핫! 그 분이 있었지!” “훗, 늦었어. 내가 선점했다고. 넌 대신 귀요미에게 가버렸지만.”
딸기님은 빙글빙글 웃은 뒤 호박씨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가볍게 뽀뽀를 했다. 그녀는 침대에 앉지도 않고 멀어져 갔다. 아쉬워. 방금 전 닿았던 입술의 감촉을 떠올린 호박씨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기님~~!!!”
와락.
그는 결국 오늘도 딸기님을 사랑하기 위해 그녀의 허리를 온몸으로 껴안았다. 가벼운 백허그가 아니었다. 뒤이은 입맞춤은 격하고 농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