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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상실증에 걸린 척했는데, 폭군에게 들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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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황자를 노예처럼 부린 가문의 일원이란 죄로 끔살당한 뒤 회귀.
다시 얻은 4년, 황자가 기억을 되찾기 전 풀어주어 미래를 바꾸려 했는데.

이 남자, 경계심이 너무 강했다.

“무슨 꿍꿍이지?”

탈출하려면 잘 먹고 상처도 치료해야 하는데
내가 주는 건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해서,

“나도 당신처럼 다른 가족들에게 유감이 많은 사람이라서요.”
“복수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무사히 탈출하면, 다른 가족들 머리가 뒤집어질 것 같거든.”

유대 관계부터 쌓기로 했다.

그렇게 음식도 먹이고 약도 바르면서 탈출을 도왔더니,
마지막 걸음을 떼는 순간까지 헤어지지 않으려 난리였다.

“꼭 벨라를 데리러 올게요.”
“그러니까 기다려주셔야 해요.”

그냥 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내 나이 스물. 회귀 전 죽었던 그 나이보다 2년이나 이른 시기.
기억과 신분을 되찾은 그가 나를 데리러 왔다.

“한참 찾았습니다, 벨라.”
“…누구세요?”

그는 노예였던 과거를 입에 올리는 사람은 모두 죽였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괜히 아는 척하지 않고 거리를 두려 했는데.

“…제가 기억 안 납니까? 정말로?”

말 몇 마디 안 했는데도 알아서 척척 오해까지 하더니,

“당신의 쓰레기 같은 가족에게 무슨 짓을 당한 겁니까?”

눈 끝에 눈물을 아롱아롱 매달고서 날 올려다봤다.
사람들이 질겁을 하며 멀어졌고, 내 표정도 굳었다.

왜 이러세요, 폭군님?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잖아요.

“아닙니다, 벨라. 우린 미래를 약속한 사이였습니다.”

내 손을 꼭 붙들고서 거짓부렁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미래가 바뀐 거 같긴 한데.

‘왜 이렇게 된 거야?’

그는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나를 붙들어두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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