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 신의 뜻을 모르시겠습니까?” “신의 뜻? 이딴게 네가 말하는 신의 뜻이야? 지금 여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다 봤으면서? 구원?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게 네가 말하는 구원이야?” “예. 구원이지요. 육체의 고통을 통해 영혼의 구원을 얻을 수 있다면 이정도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황홀하다는 듯 웃었다.
“개국 공신 가문인 페이론 공작가의 딸이 이렇게까지 희생 정신이 부족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안타까워한다. 진짜 미친놈인가.
“희생정신? 너 지금 내가 잃은 게 보이지 않는 거야? 난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사람이야.” “정령이 있지요. 그걸 바치세요.”
그의 눈의 서늘하게 그리고 광기로 빛난다.
“난 목숨을 구걸하지 않아. 대신 너희를 저주할게. 나 루아 리 페이론의 이름을 걸고 여기 있는 너희를 저주한다. 날 마녀라 부르면서 내 소중한 것들을 앗아갔으니 그 정도 각오는 했을 거라 믿어.”
순간 내 머리를 잡고 있던 성기사의 손이 움찔 떨렸다.
이제 막 20살 된 여자아이를 두려워한다.
“너희의 죽음은 오늘 죽은 이들의 고통보다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며 너희의 미래는 암흑뿐일 거야. 너희의 소중한 이들이 너희를 배신할 것이고, 너희의 눈앞서 한 명씩 죽어갈 것이며 너희는 그저 지켜만 보며 무력감에 몸부림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