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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자를 사랑한 화조(火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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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턴 모른 척 지나치십시오.”
“어찌 그러겠습니까. 옳지 않은 일을 못 본 체할 수는 없습니다.”
“한가는 타인의 간섭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간섭할 생각 없습니다. 그저 돕고 싶은 것 뿐입니다.”

초운의 눈가가 씰룩였다.
한(韓)가의 가풍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답답하기 그지없는 장(張)가의 고지식한 가풍이 마음에 든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한가에 몸을 담고 살아 온 초운이 ‘정도(正道)’라는 가훈 아래 꽉 막힌 행동만 하는 장(張)가에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원하는 것을 얻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말을 대놓고 가훈으로 세울 만큼 한(韓)가가 아주 거침없는 가문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 반대에 서 있는 ‘정도(正道)’의 장(張)가, 그중에서도 차기 종주가 될 사람인 수혁은 도무지 지금 상황이 편히 보아 넘겨지지 않았다.


“순간의 선의가 때로는 큰 화가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
“.........한가의 일에 관여 치 마십시오.”
“!”
작은 뒤통수가 떠나기 전 가벼운 묵례를 남겼다.
순간 수혁은 누군가에게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첫만남은 그렇게, 허무하고도 강렬하였다.


사방신의 비호 아래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 우정, 배신, 복수의 이야기.
작품 회차(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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