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mmorpg 게임 검은사막을 시작한 지도 어언 9년째. 한 가지 일에 10000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29살 백수 남궁태경은 검은사막 속 최강의 템귀가 되었어야 한다. 검은사막에 꼬라박은 시간이 얼만데.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검은사막의 강화 시스템은 그에게 보답해 주는 일이 없다.
『유 : 데보레카 목걸이 ----◇---- 동 : 데보레카 목걸이 강화 실패 시 단계 하락 가능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크론석 소모 강화 확률 증가 + 264 발크스의 외침 + 13 현재 장비 강화 확률 증가 + 277』
‘제발!’
텅- 텅-
엔드 스펙만이 가질 수 있다는 ‘동 : 데보레카 목걸이’를 가지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운빨충들만이 살아남는 검은사막 세계에서, 태경은 더 이상 발 붙이고 살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X발 더 이상 못 해 먹겠네. 이 더러운 게임 내가 접고 만다. 잘 있어라 지긋지긋한 검은사막!’
그렇게 제어판에서 게임을 삭제하려던 순간,
「……나와 계약하면, 네가 원하는 그 아이템을 갖게 해 줄게.」
갑자기 방 한구석에 놓아 둔 검은사막의 메인 캐릭터 ‘흑정령’ 무드 등이 시뻘건 눈깔에서 빛을 발하며 태경에게 말을 걸어왔다.
“계, 계약? 나더러 뭘 어쩌란 건데?” 「간단해. 네가 직접 검은사막 속 세계로 들어가서 이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는 거야.」 “강화가 X같아서 접겠다는데 뭔 놈의 세상을 바로잡으라는 거야? 누가 그딴 제안을 수락할까 보…….” 「어때? ‘동 : 데보레카 목걸이’가 갖고 싶지 않아?」
거절하기엔 너무 대단한 아이템이었다. 결국 그 빌어먹을 목걸이가 갖고 싶었던 태경은 검은사막 속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