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공포의 대상인데 이혼사유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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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않을 거죠?”
어느새 나타난 남편을 보며, 나는 조심스레 보따리를 숨겼다. 하여튼 도망치려는 기색은 귀신 같이 알아차리는 남편이었다.
‘……아니, 진짜 귀신일지도.’
내가 당황을 숨기기 위해 입을 다물자,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여보, 전 약속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싫어해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그 짐 내려놔요. 그리고 날 보고 말해요. 떠지다고.”
‘화내니까 슬슬 본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데, 멈춰주면 안 될까요.’
검은 안개와 괴상한 촉수, 짐승의 눈으로 변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좋은 집을 놔두고 어디 가겠어요? 착각이에요.”
“그렇죠? 제가 잘 못 봤나 봐요, 미안해요.”
남편은 순식간에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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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집이 뭔가 이상하다.
시녀는 밤마다 흐느끼면서 복도를 배회하질 않나,
마구간 지기는 가끔 몸에서 비늘이 떨어져나오고,
성의 교회에선 정체불명의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기사단장이란 작자의 손이 문어 팔처럼 변한 것도 목격했다.
어떤 가신은 괴상한 언어를 중얼거리다가 발견되자, ‘당신도 ■■를 따르시겠습니까?’ 하고 권유해왔다.
“백작님, 저는 부부는 서로 항상 진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뭐…… 그렇죠.”
“그러니까 딱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백작님…… 인간 아니죠?”
“…….”
내 남편이 식은땀을 폭포처럼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짚었다.
내 시댁은 온갖 괴물이 사는 마굴이었다.
크툴루남주 괴물남주 인류몰라남주 집착남주
인간여주 능력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