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 읽던 피폐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소꿉친구가 흑막이 되었습니다.]에 나오는 흑막의 가정교사로 빙의했다.
그래, 남들처럼 평범한 엑스트라1인 가정교사로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러나 내가 빙의한 인물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죽는 엑스트라였다.
다행히 흑막의 가정교사로 3년만 계약하게 됐다.
다시 얻은 인생, 죽지 않고 살아남으리라!
남은 시간 동안 흑막이 흑화하는 것을 막거나 흑화하기 전에 돈을 모아서 튀어야 하는데.
분명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흑막의 아버지인 세드릭이 내게 그 말을 하기 전까진.
*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너는 매번 미카엘의 울음을 그치게 하고 있어.”
나는 안고 있던 미카엘을 품에서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정중히 손을 모아 답했다.
“그저 제 할 일을 했…….”
……!
말이 끝나기 전, 세드릭은 내 손을 덥석 잡아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아리시아, 내 부인이 될 생각 있는가?”
나보고 재밌다며 비웃을 땐 언제고 고작 애 울음 그치게 한 걸로 청혼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저딴 놈이랑 결혼할 바엔 혼자 독신으로 늙어 죽는 게 낫지.
나는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마음을 짓누른 후, 그가 잡은 손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감사한 제안이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전 대공께서 취하기에 부족한 사람인걸요.”
그리고 애 딸린 남잔 딱 질색이라서요.